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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긍정의 배신 속 비관주의 / 낙관주의 / 방어적 비관주의독후감 & 서평 2019. 10. 4. 20:37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이 있다. 후배 녀석이 전공 수업 관련해서 읽은 책이라는데 의외로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다고 했다. 사회학에 큰 관심이 없는 입장에서 녀석의 책 추천을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이 자기계발의 경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라고 하기에 한 번 읽어 봤다. 블랙 코미디적인 농담이 곳곳에 묻어 있었고, 쉽게 쓴 책이라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비관주의에 대한 반발로 낙관주의가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크릿으로 대변되는 '무조건 잘될 거야',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지 성공할 수 있어'라는 식의 낙관주의는 미국에 이미 존재한 비관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이라는 뜻이다. 비관주의는 사람이 행동할 힘을 빼앗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것에 대항해서 자기계발하는 방법으로 낙관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낙관주의 또한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으며, 이 책은 그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낙관주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알이 날아 올 때 가장 적절한 대처법은 엄폐물에 숨거나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낙관주의는 총알이 날아올 때 눈을 감고 총알이 자기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식이다. 심지어 주변에서 총알의 위험성을 알린다면 그 자를 배척하라고 까지 권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요즘도 대한민국에서는 긍정의 강요라는 '꼰대질'이 존재하는데 그 근간을 이루는 사고에는 시크릿으로 대표되는 '낙관주의'가 있다.
이런 사고에 대해서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예스맨'에서도 유쾌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짐 캐리는 영화에서 지독한 비관주의자로 등장한다. 그는 어느 자기계발 집회에서 타인의 요청에 YES라고만 해야 하는 저주에 당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물론 그 덕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YES라고만 말하는 태도 때문에 위기를 겪게 된다. 나중에 저주라는 것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갈등을 해결하지만, 이런 줄거리는 비관주의에 대해 낙관주의로 대처하는 것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관주의도 낙관주의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다. [긍정의 배신] 저자는 방어적 비관주의를 권하고 있다. 언제든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불합격해도 수습할 수 있도록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방어적 비관주의이다. 하지만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에게 최면을 거는 것은 낙관주의이다. 시험에 무조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공부하지 않는 것은 비관주의이다. 요즘처럼 기회보다는 위기가 많은 시기에는 방어적 비관주의가 더 맞는 전략일 수도 있다.
다만 필자는 현실적 긍정주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현실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 발 더 나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현실적 긍정주의와 방어적 비관주의는 그리 많이 다른 사고 같지는 않다. 어찌 됐건 두 가지 모두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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