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리뷰

[한국 영화] 하녀 결말 + 해석 + 줄거리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서우

자취생 TAS 2019. 11. 23. 00:58

은이(전도연 분)는 이혼 후에 혼자 사는 여성이다. 다소 엉뚱한 그녀지만 꿋꿋하게 자기 삶을 이어간다. 그녀는 어느 부유한 집에 가정부로 면접을 보게 된다. 그곳에서 오래 일한 하녀 병식(윤여정 분)의 면접을 거쳐서 최종 채용된다. 

은이가 일하게 된 집에는 쌍둥이를 임신한 안주인 해라(서우 분)와 집의 주인 남자인 훈(이정재 분) 그리고 그들의 딸 나미(안서현 분)가 살고 있었다. 어린 나미는 은이를 엄마처럼 따른다. 은이는 하녀로 일하는 삶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 싫지는 않다.

어느 날 주인 남자 훈은 욕실을 청소하는 은이를 보고 알 수 없는 야릇한 감정과 호기심을 느낀다. 은이와 주인 부부 그리고 나미가 같이 떠난 여행에서 훈은 은이를 유혹한다. 둘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은이는 훈과의 관계에서 묘하게 연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에게 잘 보이려 화장을 하는 등 행동을 하지만, 훈이 성관계의 대가로 돈을 건네면서 둘의 관계는 끝난다. 은이에게 훈과의 관계는 일종의 연애와 사랑과 비슷한 감정이었지만, 훈에게는 별 감정없는 욕구의 해소 또는 호기심의 충족일 뿐이었다.

하지만 훈과의 성관계로 은이는 임신을 하게 된다. 은이는 아이를 낳고 혼자라도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은이의 임신을 알게 된 해라와 해라의 모친은 은이에게 부상을 입히거나 약을 먹이고, 결국 강제로 낙태 수술을 시킨다.

낙태 후 은이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해라의 아이에게 해꼬지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예전에 매달렸다가 부상을 당한 샹들리에 그녀는 목을 맨다. 그리고 그녀 시체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나면서 그녀는 한 줌의 재가 된다. 병식은 자책을 하며 그 집을 떠나기로 한다.

은이의 죽음에도 훈과 해라 가족은 여전히 행복하게 지낸다. 그들은 영어로 대화하며 딸 나미의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나미는 누군가를 떠올리 듯 혹은 누군가가 그곳에 있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복수가 아닌 파멸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 <하녀>의 장르가 스릴러로 되어 있고 대략적인 스토리 때문에 나는 '복수'라는 측면으로 이야기가 흘러 갈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에 여성 노동자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이름 모를 여성이 자살하는 것을 보며 아마 은이도 결국 파멸하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건 모든 복수를 끝낸 후일 거라고 내심 기대(?)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복수라기보다는 순진하고 힘 없는 한 여성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가 은이라는 여성이 결국 파멸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죽음의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것의 기본일 것이다. 은이가 죽은 직접적인 원인은 자살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게 된 과정을 보면 그건 사실상 타살이었다. 호기심에 유혹해서 성관계를 갖고, 임신한 아이를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강제로 죽여버리는 사람들에게 은이는 복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방법은 없다. 그나마 그들의 아이에게 해꼬지를 할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모질지 못한 그녀는 하지 못한다. 그나마 은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병식에게 은이가 한 말처럼 '찍소리 라도 내는 것' 뿐이다. 착하고 당하고만 살아온 여성 은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파멸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저주하는 것' 뿐이었다.

은이와 대비되며 주목할 만한 인물로는 같은 하녀 신세인 병식이 있다. 병식은 아주 오랜 세월 이 집안에서 하녀로 일해 왔다. 병식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함과 파멸의 씨앗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침묵하고 집안사람들에게 순응한다. 그게 그녀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이었다. 그녀는 내심 은이를 돕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은이와 비슷한 처지의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그녀의 그런 태도 때문이었다. 적당하게 속물이 되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약간 일반화를 하면 상위 계급의 사람 아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녀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며 그렇지 못하면 은이처럼 파멸할 수도 있다고 감독은 말하는 듯하다. 물론 그게 옳다는 것은 아니며, 그것을 비판하는 내용을 영화에 담고 있다.

은이의 죽음이 복수 때문이라면 과연 그녀가 그 천박하며 고급스러운 가족들에게 제대로 복수한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녀를 계기로 가족들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식으로 그 균열은 금세 덮였기 때문이다. 훈이는 자신의 것(자식)을 뺏어갈 수도 있다고 그의 아내와 장모를 의심한다. 그리고 아내인 해라는 훈이의 외도를 계기로 그에 대해 불신하기 시작한다. 둘의 아이 나미는 끝까지 남아 은이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밖에서 보기엔 여전히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일 뿐이며 서로의 속내를 가식으로 덮으며 감춘다. 앞으로 이들의 관계가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얻은 불행이라기엔 너무 작다.

은이의 시체에서 불이 나는 것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난 초자연적인 현상이란 것으로 이해했다. 그녀의 자살은 복수를 바라는 은이의 바람에서 한 행동이었고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기적이라도 일어나야 가능할 상황이다. 약소하나마 그녀의 죽음이 훈이의 가족에게 서로에 대한 불신이란 불행의 씨앗을 심어준 것도 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은이의 저주란 측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많이 간 듯하다.